배민커넥트 앱은 직선 거리만 계산한다. 바꿔 말하면 길, 높이, 장애물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직선 거리만 계산하기 때문에 직선을 기준으로 시간을 할당한다.
자전거의 경우 평균 시속 10km 정도를 가정하는데, 바꿔 말하면 1분에 약 1.6km, 즉 160m를 이동한다고 계산하는 것이다. 평지라면 1분에 160m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곳이 언덕이라면, 걸어서 올라가기도 숨찬 산(山) 이라면, 신호등, 지상철 등으로 막혀있다면 10분이 걸려도 160m를 이동 못 할 수도 있다.
킥보드를 타고 간다고 하자. 킥보드가 다닐 수 있는 차도로 가면 10분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 사람은 걸어서 육교를 통과할 수 있다.
이때 배달 기사가 선택 가능한 방법은 세 가지밖에 없다. 배달을 포기하거나, 10분 동안 돌아가고 배달 시간이 초과되거나, 혹은 킥보드를 내버려두고 걸어서 배달하거나.
첫 번째 방법, 배달을 포기하는 것은 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
앱에서 바로 배차 취소는 불가능하고 고객센터에 채팅 상담을 통해 일부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운송수단이 고장이 났다거나 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일전에 전설의 상담원 채팅이 커뮤니티에 올라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 상담원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배달 기사 : 교통사고가 나서요.
- 상담원 : 교통사고가 나셨군요. 그럼 배달 완료가 불가능하실까요?
- 배달 기사 : 네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상담원 : 배달 완료 불가능 사유가 배달 기사님에게 있으므로 음식값을 배상하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괜찮으실까요?
- 배달 기사 : 지금 다리가 부러졌는데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하죠?
- 상담원 : 현재 상태는 배달 기사님께서 자초하신 것이기 때문에 책임지셔야 합니다.
- 배달 기사 : 네 알겠습니다.
- 상담원 : 감사합니다. 상담 종료하겠습니다. 오늘도 안전하게 운행하세요. 상담종료.
상담원에게 따듯한 한마디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교통사고가 났다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배달 완료 책임을 바로 묻는 것이 배달 기사들을 들끓게 했다. 배달 기사는 사람이 아닌 운송수단으로 보였던 것일까?
이 이슈가 커져서 배달 앱 본사에 전달되었는지 다음날 배달 앱이 업데이트되었다.
업데이트 내용은…. 상담원과의 대화 캡처를 막아버렸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할 생각이 없고 대외적으로 회사의 평판이 나빠지지 않게 처리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것이 배달 취소다.
두 번째 방법. 10분을 돌아서 목적지로 이동한다고 하자. 배달 앱에 표시된 시간보다 배송이 늦으면 배달 기사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고객분이 조금 늦는 것을 이해해주면 고맙겠지만, 배송 지연을 이유로 클레임이 들어올 경우 배달 기사가 음식값을 물어내야 한다. 음식이 망가지거나 하지 않았어도 시간 내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음식 맛이 떨어졌다고 하면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 걸어서 육교를 이용해 이동한다고 하자. 육교를 건너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육교를 건너서 도보를 이용해 목적지까지 이동해야 한다.
힘든 것은 둘째 치고 킥보드와 도보는 애당초 속도가 다르다. 배송시간을 맞추려면 체력장 시간에도 해보지 않은 전력질주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시간을 못 맞춘다면? 두 번째 방법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게다가 이 방법은 배달을 완료한 후 다시 킥보드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아진다.
애당초 배달 앱이 불가능한 시간을 제시해 놓고 맞추지 못했다고 모든 책임을 묻는 것. 이것이 긱 이코노미 시대 노동자의 현실이다.
이 글은 배민 커넥트, 쿠팡 쿠리어 시작하기 책에서 인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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