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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커넥트, 쿠팡 쿠리어 이야기를 마치며 플랫폼 노동자로 살아가는 순간순간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아주 간단하게는 시간 날 때 할 수 있는 초단시간 아르바이트, 그 이면의 이야기들과 느끼는 감정들, 배달을 잘하는 요령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해 본다. 전문적으로 배달하는 분들, 혹은 오랫동안 배달을 하셨던 고렙 마법사님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니고, 우습기도 하고 뭘 이런 걸로 책까지 쓰는가 싶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처음에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듯이 처음 일을 시작하면 메뉴얼적인 부분 외에는 누구도 나에게 플랫폼 배달일이 어떤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때의 막연함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이 글을 읽고 어딘가에서는 헤매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길라잡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이 글은 배민 커넥트, 쿠팡 쿠..
긱 이코노미 사회에서 큰 돈을 버는 방법 긱 이코노미는 말 그대로 "초단기 노동자" 를 넓게 활용하여 업무를 시키는 경제체제를 말한다. 긱 이코노미를 유지하려면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난이도가 낮은 일, 즉 업무에 무지한 사람이 몇 시간만 배우면 할 수 있는 일 수준이어야 한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일을 할 인력을 가르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진입 장벽이 낮다. 쉽게 들어왔다가 쉽게 나갈 수 있다. 언제든지 대체되어도 되는 인력이라는 뜻이다.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인력에 많은 돈을 쓰는 회사는 없다. "너 아니어도 돼. 할 사람 많아." 라는 태도로 나올 수 있다. 이것이 배달 플랫폼이 인력 풀을 늘리려고 끊임없이 광고하는 이유다. 냉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배달 플랫폼과 전속성에 관한 고찰 배달 플랫폼은 배달 기사의 전속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갖은 몸부림을 친다. 특정 회사에 사실상 소속되어 근로 지시를 받았을 때 전속성이 인정되고, 전속성이 인정되면 직원에게 주어지는 권리를 특수고용노동자인 배달 기사에게도 함께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요기요 배달 기사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어 주휴수당, 연장근무 수당 등을 지급하라는 고용노동부의 판단이 있었다. 판단 기준은 배달 임금을 시급으로 지급했고, 회사 소유의 배달 오토바이를 무상으로 대여했으며, 유류비를 회사가 부담하고, 근무 시간과 장소를 회사에 보고한 점을 이유로 꼽았다. 추가로 배차에 있어 "관제"가 개입해 특정 오더를 수행하도록 요청한 점도 큰 요인이었다. 이제 배달 기사들이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일하면서 근로자성까지 인정되는..
주 20시간 제한의 이유 현재 플랫폼 배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것은 "배민커넥트" 와 "쿠팡 쿠리어" 두 플랫폼이다. 물론 "부릉 프렌즈" 도 기존의 인프라를 이용해서 시장에 도전하고 있고, 틈새시장을 파고든 "도보60" 이나 "우리들의 딜리버리(우딜)" 등도 있지만 아직은 틈새시장이므로 일단은 제외하자. 배민 커넥트의 경우 한 주에 20시간까지만 할 수 있다. 만약 주 기준 19시간 이상 운행을 했을 경우 추가적인 배차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배민 측에서는 "부업의 개념"에 맞게 시간을 제한한다고 밝혔지만, 이면에는 "단시간 근로자" 라는 법적인 측면이 있다. "단시간 근로자"라는 일반적으로 주 15시간 이하로 일하는 사람들을 통칭하며, 법정 용어는 아니지만, 판례상 인정되는 개념이다. 통념상 주 20시간 이하로 일하는 경우 ..
배달 라이더 연봉 1억 뉴스기사 한 번도 배달을 해 보지 않은 기자가 책상에 앉아 무언가 홍보성으로 쓴 것 같은 글이 잠시 인터넷상에 논쟁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배달 기사님 하루 수익 47만 원. 연봉은 1억이 넘는다. 물론 이 기사가 나가고 나서 수많은 다른 언론사에서 반박 기사가 나갔다. 직접 기자가 체험한 후 하루에 몇만 원 벌었다는 기사부터, 사람이 어떻게 매일 하루에 47만 원씩 365일을 벌 수 있느냐는 내용, 그리고 폭우가 쏟아지던 날 목숨을 걸고 열 몇 시간씩 일한 최대 일당을 매일 똑같이 받을 수는 없다는 내용의 기사들이었다. 그렇다면 원 글을 썼던 기자분은 왜 이런 글들을 썼을까. 정말 현실을 몰랐을까? 그 정도로 순박한 분이라면 앞으로 인생 공부를 조금 더 하셔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고 기업에..
여자가 배달을 하기에는 어떤가요? 플랫폼 배달은 남녀를 차별하지 않는다. (자발적) 노비가 성별이 어디 있겠는가? 따라서 인공지능은 우리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혹은 강아지인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여자라고 무거운 음식 배정 안 되는 거 아니고, 가까운 거리만 배정되는 것도 아니며, 밝은 대로변만 왔다 갔다 하는 거 아니다. 무거운 음식은 남자가 들어도 무겁고 여자가 들어도 무겁다. 남녀 불문하고 포장된 음식을 들고 가지 못 할 정도로 힘이 없다면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게 좋다. 혹은 콜 배정을 잘 보고 가벼운 음식만 선택하거나. 거리가 먼 것도 마찬가지다. 남자든 여자든 멀면 힘들다. 1km쯤 걸어가다 보면 내가 오백 원 벌겠다고 무슨 짓인가…. 라는 현타가 올 것이다. 여자인데 퇴근 후 하는 거라 구두를 신고 배달을 하다 보니 너무 ..
사람들의 시선은 무시와 무관심 사이 배달을 부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처음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본다는 착각 이다.이는 시선 편향 효과 때문이다. 그저 길을 걸을 때는 타인의 시선을 인식할 필요가 없으므로 무신경하던 부분이 뭔가 배달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냥 별 생각 없이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며, 쳐다본다고 무슨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건물을 바라보듯, 땅을 바라보듯 타인을 바라보는 것뿐이다. 처음에 민트색이 세상을 점령할 것처럼 배민커넥터들이 많아지던 시기에는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도 플랫폼 배달 기사에 익숙해졌고, 배달원들도 그저 가볍게 음식을 나를 뿐인 일에 익숙해졌다. 마치 처음 자동차가 세상에 나왔을 때는 신기했지만, 지금은 ..
자영업자와 배달 기사는 공생관계인가. 상하관계인가.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95% 이상의 식당 주인분들은 친절하다. 본인들이 열심히 만든 음식을 고객님들이 맛있게 드셔주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 배달 기사들이 열심히 배달해 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가끔 식당에 일찍 도착했을 때, 기다리는 동안 수고한다며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주시거나 하는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도 한편으로는 수고하신다는,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배달 기사분들을 챙겨주시는 것이다. 이런 음료를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더 잘 가져다줘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고 더 조심해서 배달을 나선다. 반면 내가 사장이니까 다른 사람들은 다 내 아랫사람이라는 무개념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다. 왠지 대기업에서 평생 아랫사람들 부리면서 살아가다가 정년퇴직해서 프렌차이즈 식당을 차리신 것 같은 느낌의 분들에..
공유주방과 배달전문점과 위생 공유주방은 단어 그대로 주방을 공유하는 것이다. 푸드코트를 가 봤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푸드코트는 음식점들이 나란히 붙어있고,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공유하는 형태다. 여기에 고객 테이블을 제거하면 공유 주방이 된다. 공유주방의 장점은 한 공간에 여러 사업자가 있으므로 음식 조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만 있으면 되고, 임대료를 나누어 내므로 한 사업자가 부담하는 임대료를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 배달 기사의 입장에서는 공유주방은 행복이기도, 불행이기도 하다. 한 번도 안 가본 공유주방의 경우 찾기가 쉽지가 않다. 공유주방은 홀이 필요 없기 때문에 1층이 아닌 2층, 3층, 지하 등에 위치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손님이 직접 오지 않으므로 간판도 제대로 안 되어있는 경우가 많..
도전거, 도보드, 도토바이, 그리고 자토바이 플랫폼 경제에서는 배달 기사가 어떤 배송수단을 사용하는지 등록하게 되어 있다. 당연히 운송수단별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와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이용해서 운송수단을 속이는 경우가 있다. 도전거는 도보로 등록하고 자전거 로 이동한다. 도보 킥보드, 도보 오 토바이 도 마찬가지다. 자 전거 오토바이 까지 합세하면 거의 완전체다. 왜 이런 행위를 할까? 간단하다. 도보로 등록한 경우 반경 1km 안의 물건만 픽업하고 전달한다. 오토바이 기준 배송 거리 1km는 5분 내로 전달을 완료할 수 있다. 한 건당 수당을 받는 사람들에게 빠른 전달은 많은 돈을 의미한다. 도전거는 조금 다르다. 걷는 것은 일단 힘들다. 직선거리 기준 1km 기 때문에 실제로는 한 번 배달에 거의 2km를 걸어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