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배달을 해 보지 않은 기자가 책상에 앉아 무언가 홍보성으로 쓴 것 같은 글이 잠시 인터넷상에 논쟁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배달 기사님 하루 수익 47만 원. 연봉은 1억이 넘는다.
물론 이 기사가 나가고 나서 수많은 다른 언론사에서 반박 기사가 나갔다. 직접 기자가 체험한 후 하루에 몇만 원 벌었다는 기사부터, 사람이 어떻게 매일 하루에 47만 원씩 365일을 벌 수 있느냐는 내용, 그리고 폭우가 쏟아지던 날 목숨을 걸고 열 몇 시간씩 일한 최대 일당을 매일 똑같이 받을 수는 없다는 내용의 기사들이었다.
그렇다면 원 글을 썼던 기자분은 왜 이런 글들을 썼을까.
정말 현실을 몰랐을까? 그 정도로 순박한 분이라면 앞으로 인생 공부를 조금 더 하셔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고 기업에서 홍보성 기사를 요청했던 거라면, 기업은 왜 그런 홍보성 기사를 요청했을까?
플랫폼 경제는 필연적으로 "참여 인원" 이 필요하다. 한번 플랫폼을 만들어 놓으면 최소한의 관리 노력으로 많은 인원을 참여시켜 자율적인 스노우볼 효과를 노려야 한다.
플랫폼이 참여 인원을 늘리는 유인책 중 하나는 좋은 레퍼런스다. 유튜브가 흥하기까지 구글은 대도서관을 전면에 내세워 수익을 많이 창출할 수 있음을 강조했었다. 앱스토어가 처음에 흥할 때 전면에는 로비오의 앵그리버드가 있었다.
플랫폼 배달 기사에게도 최고의 레퍼런스가 필요했는데, 아쉽게도 새롭게 만들어진 플랫폼이라 누군가 한 사람을 내세우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아예 대상을 일반 배달 기사 전체로 넓혀 배달 시장 자체가 돈을 벌 수 있음 을 강조해야 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한번 본 기사는 잘 기억하지만, 반박 기사의 복잡한 내용은 기억하고 싶지 않아 한다.
비록 욕은 먹었을지언정 사람들에게 하루 일당 47만 원은 뇌리에 강하게 박혔을 것이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47만 원의 절반도 안 되는 일당 20만 원만 받아도, 지금 하는 일보다 더 많은 수입이 있으리란 계산이 선 사람도 있으리라. 현실은 하루에 10만 원도 못 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슬퍼지게 된다.
배달의 민족은 배민커넥트를 운영하며 배달이 가진 싸구려 이미지를 탈피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민트색 헬멧, 민트색 가방, 심지어는 민트색 조끼와 배지까지 지급해 가며 깔끔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홍보모델들은 아무리 봐도 배달과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상큼하게 웃으며 자발적 노동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쿠팡 이츠는 여기에 얹어 돈을 많이 벌 수 있음을 강조한다.
가장 단가가 높을 때의 쿠팡 이츠는 배달 한 건당 이만 원씩 주는 돈지X 혜자 운영을 했다. 음식가격이 만 원인데, 배달료가 이만 원이라는 놀라운 일이 실제로 있었던 것이다. 이를 레퍼런스 삼아 커뮤니티로 퍼져나가는 것을 기대했고, 기대한 것만큼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
플랫폼에 한 번 들어온 사람은 잘 일탈하지 않는다. 거의 사용하지 않을지언정 탈퇴를 하는 사람은 적은 것이다.
한 번 배달해 본 사람은, 굳이 탈퇴하기보다는 필요할 때 하지 뭐 라는 생각으로 그저 플랫폼 사용을 일시 정지해둔다. 전문 용어로 락인 효과라고 하는데, 이는 사용자층이 넓어지고, 파이가 커질수록 활성화 사용자(Active User) 가 커짐을 기대하는 것을 말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현명했고, 덕분에 카카오톡 배민커넥트 채널 친구 수는 78,000여 명, 쿠팡 이츠는 70,000여 명이다. 기사 하나에 이 정도 숫자가 늘었다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홍보 기사의 효과 하나는 톡톡히 봤다.
이 글은 배민 커넥트, 쿠팡 쿠리어 시작하기 책에서 인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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