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은 배달 기사의 전속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갖은 몸부림을 친다. 특정 회사에 사실상 소속되어 근로 지시를 받았을 때 전속성이 인정되고, 전속성이 인정되면 직원에게 주어지는 권리를 특수고용노동자인 배달 기사에게도 함께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요기요 배달 기사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어 주휴수당, 연장근무 수당 등을 지급하라는 고용노동부의 판단이 있었다.
판단 기준은 배달 임금을 시급으로 지급했고, 회사 소유의 배달 오토바이를 무상으로 대여했으며, 유류비를 회사가 부담하고, 근무 시간과 장소를 회사에 보고한 점을 이유로 꼽았다.
추가로 배차에 있어 "관제"가 개입해 특정 오더를 수행하도록 요청한 점도 큰 요인이었다.
이제 배달 기사들이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일하면서 근로자성까지 인정되는, 멋진 세상이 온 것일까?
미안하지만 세상은 순진하지 않다. 배달 플랫폼은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없으면서 근로자처럼 모든 것을 챙겨줘야 하는 플랫폼 배달 기사가 전혀 반갑지 않다.
그래서 요기요 사태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 배달 임금은 시급으로 지급하지 않는다. 무조건 배달 건당으로 계산한다. 그래야만 건당 계약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오토바이는 더는 무상으로 대여하지 않는다. 대여료를 지급해야 하며, 보험도 개인 자격으로 들어야 한다.
- 근무 시간과 장소는 플랫폼이 지정하지 않는다. 그저 특정 장소에서 운행 시작을 누르면 근처에 있는 주문을 찾아주는 것이다.
- 관제는 더는 배차를 강제로 요청하지 않는다. 일반 배달 대행에서는 아직 강(제) 배(차)라고 부르는 관행이 남아있다. 남들이 하고 싶지 않아 하는 배달 건, 즉 똥콜을 강제로 처리하게 하는 것이다.
- 하지만 배달 플랫폼은 이런 강배를 전혀 넣지 않는다. 다만 돈을 더 지급하는 복주머니 당근을 제시하거나, 특정 시간 동안 주문을 전혀 주지 않아 초조하게 만들고 나서 똥콜을 던져 "이거라도 배달해야겠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방법을 쓴다. 혹은 주문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락률을 낮춰서 평점을 깎는 채찍을 제시하기도 한다.
무엇이 좋아진 것일까?
배달 기사와 배달 플랫폼, 어느 한쪽을 편 들 수 없다.
자기가 일하고 싶은 만큼만 일하면서 계약된 것 이상을 원하는 배달기사의 요구는 한편으로는 억지다. 애당초 계약조건에 없었던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떤 지원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책임을 다 묻는 배달 플랫폼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결국, 서로 원하는 것을 요구하면서 싸울수록 양보하면서 할 수 있었던 일도 세밀한 계약 조건을 통해 조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플랫폼 노동 시장은 앞으로도 치열해지고 새로운 변수가 나올 것이다. 불안정의 시대. 불안정한 노동 형태가 끊임없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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